걸그룹 경제학
저자
유성운 : 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김주영 : 다음소프트 데이터 엔지니어
출간
2017년 12월 18일
요약
걸그룹 생태계의 각종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으로 풀어내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라는 소위 2세대 걸그룹을 시작으로 수많은 걸그룹이 나왔다. (1세대 걸그룹은 S.E.S., 핑클 등) 정치부 기자와 빅데이터 엔지니어인 두 저자는 일명 ‘삼촌팬’이라 불리는 걸그룹 팬으로 각종 사회경제학적 이론의 틀을 빌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생활밀착형 경제원리 중 반드시 알아야하는 31개의 사회경제법칙을 쉽게 풀어나간다.
기획사들의 노련하고 치밀한 전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경제학 법칙과 연관되어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고, 문화컨텐츠와 개인의 취향이 만나면 소비로 이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다.
이 책의 한 구절
“어떤 경제학자는 핵심 역량을 정의하면서 ‘이전이 가능한 역량’이라고도 했다. 어쩌면 옥주현과 바다가 다른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창력이라는 핵심 역량을 뮤지컬 무대로 옮기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서평
이 책을 2018년도에 구입을 했는데, 그 당시 왜 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당시 경제/경영 부문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잠깐 올라왔었던 모양이다.
‘걸그룹 아이돌’과 ‘경제학’ 이 두 가지에 관심이 있는 삼촌팬 두 명이 쓴 책이다.
나도 두 가지에 상당히 관심이 많아서 구입했던 것 같다.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짧게 요약하는 것을 잘 한다.
반면 난 책 읽는 습관이 아직 안 잡혀서 짧게 요약하는 것이 어렵다.
이 책은 31개 챕터로 되어있다.
각 챕터에서 걸그룹에 대한 독립적인 내용을 다루고 경제학적 개념에 연결시킨다.
이 31개 챕터 전부 다 재미있었지만 그 중 13개 챕터만 요약해보았다.
요약
1. 걸그룹의 증가 : 파레토 법칙과 진입장벽
- 파레토의 법칙은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국가 전체 부의 80%를 보유하고 있다는 경제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erato)가 도입한 개념이다.
- 백화점의 VIP 고객 마케팅도 상위 20%의 우수 고객이 80%에 해당하는 일반고객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에 근거한다.
- 2007년~2016년까지 10년간 데뷔한 총 걸그룹은 212개다. 이 중 상위 10.8%에 해당하는 23개의 그룹만이 멜론차트의 80%를 차지하였다. 파레토법칙보다 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크다.
- ‘회사의 매출액 = 걸스데이 수입’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드림티엔터테인먼트 2013년 매출 32억, 당기손익 9억이었다. 걸스데이가 데뷔 3년만인 2014년에 ‘Something’이란 곡으로 1위를 하자 2014년에는 매출 60억 당기손익 19억이되었다. 즉 그룹 하나만 대박이 나면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니 이렇게 많은 걸그룹들이 데뷔하는 것이다.
- 그러나 진입장벽도 살펴보아야한다. 독과점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 중에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Herfindhal-Hirschman Index)라는 것이 있다. HHI지수는 모든 경쟁자의 점유율 퍼센티지를 제곱하여 더한 수치이다.
- 그러니깐 독과점의 경우 1개 기업만 존재 100의 제곱은 10,000이다. 100개 기업이 모두 고르게 1%만 점유하고 있다면 1의 제곱을 100번 더하면 100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 즉, HHI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진입장벽이 크다는 뜻이다.
- HHI지수가 1,500미만이면 집중되지 않은 시장, 2,500 이상은 고도로 집중화되었으니 진입을 단념해야되는 시장을 뜻한다.
- 2010년 빅3 걸그룹 기획사의 HHI지수 합은 815였다. 2015년에는 235로 낮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빅3사의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 진입의 장벽이 낮다고 볼 수 있다.
- 온라인 언급량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걸그룹은 상위5위 안에 2년이상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파레토 법칙에서 상위 20%에 올라갈 수 있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이기 대문에 10년간 무려 212개나 생겨난 것이다.
2. 걸그룹당 평균 멤버수의 증가 : 규모의 경제와 링겔만 효과
- 걸그룹의 그룹당 평균 멤버수는 증가추세다.
- 1세대(1997~2002년) 걸그룹은 그룹당 평균 멤버수가 3.7명
- 2세대(2007~2013년)은 5.4명
- 3세대(2014년~)은 평균 8명이다.
20세기초 자동차 한 대의 가격은 2,000달러를 넘었는데 1908년 Ford가 ‘모델T’를 850달러에 내놓자 불티나게 팔렸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이유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노동 시간을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었다.
걸그룹의 ‘규모의 경제’ : 4인조 그룹과 6인조 그룹의 차이는 숙소 방의 개수가 아닌 2층 침대의 개수다. 댄스 강사의 월급은 똑같으므로 1인당 강습비는 줄어든다. 물론 식비와 스타일리스트의 비용은 인원 수에 비례해 늘어난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처음 소녀시대를 결성했을 때 ‘이동하려면 차가 2대가 필요하겠네’라는 생각 정도만 들었다고 한다. 반면 멤버 수가 늘어날때마다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을 커진다.
소녀시대의 윤아는 드라마, 태연을 라디오, 티파니는 MC로 활동하면서 각각 팬덤을 쌓았다. 만약 1명당 1,000명의 팬을 확보한다면 9명인 소녀시대는 팬이 9,000명이 생기는 것이다.
- 규모의 경제라면 한 그룹에 100명이상이 된다면 어떨까?
프랑스의 농공학 교수 막시밀리앙 링겔만은 수레를 끄는 말 두 마리의 능력이 한 마리의 2배가 되지 않는 사실을 보고 흥미를 느끼고, 사람들을 모아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2명일 때 93%, 3명일 때 83%, 8명일때는 1명당 잡아당기는 힘이 49%로 낮아졌다. 이를 <링겔만 효과>라고 한다.
- 링겔만 효과는 두 가지 원인 때문이다.
- 첫째는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의 동기부여 문제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는 한 끼 식사에 피자 2판 이상이 필요한 팀은 너무 크고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팀이라고 했다.
- 둘째는 동네 축구에서 20명이 모여서 아무도 골기퍼를 보고 싶지 않아하는 ‘조율의 문제’다.
걸그룹은 이런 단점을 유닛 활동으로 극복하기도 한다. 소녀시대의 3명이 모인 ‘태티서’가 한 예이다.
3.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 메기 효과
- 노르웨이에서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정어리를 잡아오는데 항구에 도착하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선원들은 이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아냈다. 정어리를 잡아 메기가 들어있는 수조에 넣으면 정어리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계속 도망을 치면서 결국 어선이 육지에 도착할때까지 정어리를 신선하게 해주었다. 이를 메기 효과라고 부른다.
- 한 소속사 내에서 노래를 잘 못하던 연습생을 두고 고민이던 한 기획사가, 그 연습생을 프로듀스101에 보내자 일취월장하는 연습생을 보며 경쟁으로 얻는 자극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 1998년 우리 영화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된 일본영화를 들어오게되자 우리나라 영화계는 스크린 쿼터제를 주장하면서 긴장하였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CJ를 중심으로 한 거대 자본이 투입되면서 <쉬리>와 <8월의 크리스마스>가 성공을 거두었다. 일본영화가 메기 역할을 해 준 셈이다.
- 글로벌 공룡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한샘가구의 매출이 늘어났다.
- 메가효과의 반론도 존재한다. 잠자리 애벌레 옆에 포식물고기 블루길을 완전 분리된 수조 안의 갖다놓았을 뿐인데, 애벌레는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어 사망률이 4배나 올라갔던 실험이 있다. 지나친 경쟁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일으킨다.
- 겉모습은 화려한 걸그룹도 지나친 경쟁 속의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그들의 청춘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린다.
4. <프로듀스101>의 성공 :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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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소싱은 ‘대중(crowd)’과 ‘외부 발주(sourcing)’의 합성어이다. 일반 대중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채택된 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중의 참여는 모든 분야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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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영화 ‘접속’은 PC통신 설문조사로 여주인공을 선발했는다. 그간 영화 출연 경험이 전무했던 전도연이 캐스팅되었는데 굉장한 흥행을 일으켰고 그 해 모든 영화상을 휩쓸었다. 크라우드 소싱의 성공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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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소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이노센티브’가 대표적인데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연구 개발을 이 곳에 의뢰하면 15만명의 과학자가 자신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채택되면 상금을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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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크라우드 소싱은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핀란드의 축구팀 ‘팔로커호(Pallokerho-35)’가 있다. 서포트들에게 선수 선발, 훈련, 경기 전술을 맡긴 적이 있는데 팬들은 하위권에서 허우적거리는 팀을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결국 구단은 이 시스템을 전면 폐지했다. 크라우드 소싱은 그런면에서 공정성을 획득하여도 효율성은 담보할 수는 없는 시스템이다.
5. 시청률 낮은 가요프로그램의 중요성 : 버핏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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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의 낙관적인 발언 하나로 주식 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을 ‘버핏 효과’라고 부른다. 심지어 2008년에는 중국의 자오단양이 자신이 소유한 슈퍼마켓 체인점 ‘우메이상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워렌 버핏과 3시간 가량 점심식사 경매에서 211만달러를 내고 당첨되었다. 이것이 매스컴을 통해 투자자에게 알려지면서 그 해 말 그는 우메이상업 지분만으로 1,600만 달러의 차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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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이 공중파 가요프로그램에 한 번 오르기 위해 무대의상과 각종 비용이 약 1,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가요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낮다. 2017년 3월 10일 KBS의 간판 음악프로그램의 시청률은 0.9%가 나왔다. 이는 새벽 애국가 시청률의 수준이다. 시청률이 20~30%였던 90년대에 비해 1/20 토막이 났는데 출연 비용은 여전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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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프로그램의 버핏효과는 소속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시청률이 더 높은 <1박2일>같은 프로그램의 멤버들 출연보다도 더 파급력이 크다고 한다. 한 번 가요프로그램에 오르면 행사 공연 몸값이 3~4배가 뛴다고 한다. 가요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행사비가 10배가 올라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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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데뷔 3년만에 KBS <뮤직뱅크>에 처음 1위에 오른 걸스데이는 이전 4편밖에 안 되던 광고가 이후 20편 넘게 늘었다. 소속사인 드림티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1년사이에 2배가 되었다.
#### 6. K-pop의 세계적인 흥행 : 갈라파고스 증후군과 반(反)공유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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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Galapagos)는 아메리카의 적도 주위의 화산섬들을 일컫는다. 오랜 세월 외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다보니 오래전부터 거주해 온 고유종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는지 연구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된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혹은 20년을 이야기 할 때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다가 고립화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잃게 된 과정을 설명할 때마다 등장하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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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걸그룹의 일인자는 소녀시대, 일본 걸그룹의 일인자는 AKB48이다. 음반판매량을 비교해보면 소녀시대의 ‘Gee’는 한국에서 8만장, AKB48의 ‘River’는 약50만장이 팔렸다. 그러나 해외로 넘어가면 AKB48은 인지도가 거의 없다. 유튜브 조회수만 봐도 ‘Gee’는 ‘River’보다 7배가 더 많고 구글 검색량으로 보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문화의 차이다. AKB48는 한국 걸그룹처럼 완성품이 아니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본 사람들이 투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소녀시대가 갖지 못한 스토리텔링과 일본 사회와의 일체감이다. 이렇게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AKB48에서도 나타나듯 일본 사회 곳곳에 녹아든 독특한 정체성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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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이 지정되지 않은 바다의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고갈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생태환경학자 가렛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처음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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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1998년 폴란드 출신 수학자 마이클 헬러(Michael Heller)는 그간 상식을 뒤집고 ‘반(反)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엄격한 지적재산권제도와 특허만능주의로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과학적으로 가치있는 활용을 막고 방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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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유지의 대표적인 예로는 살만 칸(Salman Khan)의 비영리 교육 동영상 사이트인 ‘칸 아카데미’가 있다. 살만은 2004년에 미국 보스턴에서 직장을 다녔고, 뉴올리언스에 살고 있는 사촌 여동생을 위해 강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그리고 이 덕분에 전세계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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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공개되지 않고 유료로 볼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세계적 팬덤을 거느리지 못했을 것이다.
6. 그 외 걸그룹 생태계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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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에서 태연이 후렴구를 맡는 이유 : 비교우의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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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년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Dvid Ricardo)의 ‘비교우의의 원칙(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는 경제학의 고전으로 통한다. 한국 노동자 1명이 하루에 핸드폰10개와 인형 5개를 만들수 있고 태국의 노동자 1명이 하루에 핸드폰 5개와 인형 10개를 만들수 있다면, 한국은 핸드폰만 만들고 태국은 인형만 만드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이득이라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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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발표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 태연은 후멸구를, 댄스에 강점이 있는 효연은 댄스에 집중하는 것이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이득이다. 모든 멤버들이 노래와 댄스를 다 잘 할 필요는 없다.
7. Pick me의 중독성 : Earworm 현상
2016년에 누리꾼들이 한 번 들으면 멜로디가 하루 종일 가에 맴돌아 집중력을 흐뜨린다고 수능 앞 둔 수험생을 위한 금지곡을 선정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이어웜(Earworm) 현상이라고 부른다. EXID의 ‘위아래’, I.O.I.의 ‘Pick Me’가 대표적인 곡들이다.
영국 더럼대학교 음악심리학 교수 켈리 자쿠보스키는 이어웜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하였다. 그 결과 (i) 양치질처럼 빠르고 반복적인 템포 (ii) 고저장단이 드라마틱하기 보단 평이한 멜로디 (iii) 너무 복잡하지는 않지만 독탁한 음정 간격. 이 세 가지를 갖춘 노래가 이어웜 현상이 생긴다고 하였다.
원더걸스의 ‘Tell Me’, 소녀시대 ‘Gee’가 이런 요소를 만족하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8. EXID의 역주행 : 티핑 포인트
미국의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티핑 포인트>에서 어떤 현상이 갑자기 확산되는 현상을 다루었다. 그는 ‘특별한 소수’의 역할을 ‘메이븐’이란 존재라고 불렀다. 메이븐은 개인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주변에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EXID ‘위아래’의 역주행에서 메이븐의 역할은 EXID 공연의 ‘직캠’을 찍은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하여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는 개인적 이득보다는 자신이 보유한 양질의 영상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컸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커넥터 역할을 하여 잠재적인 팬에게 연결해주고 이것이 티핑포인트가 되었다.
1996년 미국의 작가 레베카 웰스(Rebecca Wells)의 소설 <야야 자매들의 신성한 비밀>은 출간 후 첫 독서회에 참석한 사람이 고작 7명이었다. 그러나 700~800명이 참석한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강력한 독서회 후 이것이 티핑포인트가 되어 급기야 3년뒤에는 48쇄를 찍으면 250만부가 팔렸다.
이 같은 사례는 어떤 현상이 확산되는 데 있어 고가의 광고보다 전염성이 강한 매개체가 되는 특별한 소수, 즉 메이븐을 공략하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보여준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현상에 있어 언제 티핑포인트가 올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9. 걸그룹의 CF : 밴드왜건 효과
기업들이 유명인을 CF에 등장시키는 이유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 불리는 일종의 ‘편승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굽네치킨의 매출은 2007년에 134억원, 2007년말 소녀시대가 CF에 출연하고 2008년에 364억원, 2009년에는 680억원이 되었다. 이후 카라, 포미닛, 티아라, 시크릿을 다른 브랜드의 치킨 CF의 전속모델이 되었다. 2010년말 굽네치킨이 소녀시대 달력 지급을 중지하자마자 그 후 5년간 성장률이 멈추게 되었다. 2015년 EXO를 CF모델로 쓰면서 다시 매출이 늘어났다.
역으로 CF에 한 번 출연하면 걸그룹 이미지가 더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2015년초 당시 AOA는 마니아층만 알고 있는 정도의 인지도였지만 SK텔레콤 CF에 설현이 등장하고 2015년 연예인 통틀어 CF퀸이 되었다.
과거에는 치킨CF는 개그맨이 주로 담당했고, 걸그룹은 화장품, 음료수 CF에 한정되었지만, 이제는 선거, 치킨, 온라인게임, 알코올음료, 통신사 CF 영역까지 확대되었다.
10. 걸그룹의 드라마 진출 : 핵심 역량
1990년 미시간대학교 비즈니스스쿨의 프라할라드(C.K.Prahalad)교수와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e) 이론을 발표하였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어떤 기술이 성공할 지 모르므로 기업 내부에서 핵심역량을 찾아 성공의 원천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핵심역량은 상대적으로 잘하는 수준이 아닌 최상위에 속하는 능력이다.
아이유는 드라마에만 출연하면 실패한다. 2016년 제작비 150억원 들인 K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기대치를 밑도는 한 자리수 % 시청률을 기록하였다. 아이유의 연기력은 혹평을 받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픽처스를 설립하고 슈퍼주니어를 출연시켜 영화를 내놓았지만, 영화 관람객은 슈퍼주니어 팬보다 적은 9만8천명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SM픽처스는 조용히 사라졌다.
11. 걸그룹의 다양성 전략 : 포지셔닝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경영학에 ‘전략적 포지셔닝’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무리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에 뛰어든 기업이라도 경쟁자와 차별화하는 포지셔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2012년 한 해에만 새로 데뷔한 걸그룹만 32개였다. 걸그룹 시장에는 이미 청순파 포지셔닝의 소녀시대와 에이핑크가, 섹시파에는 애프터스쿨과 씨스타가, 걸크러시 계열의 2NE1과 포미닛이 자리잡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시장에 2013년 여름 ‘빠빠빠’라는 노래로 ‘크레용팝’이라는 걸그룹 다섯멤버가 헬멧을 쓰고 ‘점핑 점핑’을 외치는 곡이 나왔고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직장인 회식 때 노래방에서 분위기 띄우는 곡으로 애창되기 시작하더니, 한 달만에 차트 1위를 달성하였다. 데뷔한지 1년이 지나기 전에 1위에 오른 기록은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Miss A에 이어 다섯 번째 기록이었다.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실패하는 사례도 있다. AOA가 처음 데뷔시 각각 밴드멤버로서의 이미지와 천사의 이미지로 홍보했다가 실패하자, 데뷔 3년차에 <짧은 치마>라는 곡으로 섹시 콘셉트로 전환하여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소속사 FNC는 3년차에도 성공못하면 해체시킬려 하던 참이었다.
AOA의 시대를 앞서간 콘셉트의 실패 이후 3세대 걸그룹은 트와이스나 I.O.I.처럼 댄스곡의 걸그룹이 다시 득세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호텔링 모델으로 설명이 된다.
12. 걸그룹의 댄스곡 : 호텔링 모델
해변가가 100미터라고 가정할 때 두 명이 각각 따로 아이스크림 가게를 낼려고 하는데, 가장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둘 다 해변가 한 가운데 가게를 세운다는 것이 ‘호텔링 모델’이다. 전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 해럴드 호텔링(Harold Hotelling)의 이름을 딴 호텔링 모델(Hotelling’s Model)은 자리 잡기 전략이라는 점에서 ‘로케이션 게임’이라고 알려져있다. 중간층을 공략해야 매스 마켓을 잡을 수 있다는 이 개념은 오히려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이 하락될 수 있다. 이것을 ‘호텔링의 역설’이라고도 부른다.
K-pop의 걸그룹하면 떠오르는 장르는 댄스 음악이다. 이도 호텔링 모델의 원리가 숨어있다. 발라드는 각 나라 특유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R&B는 미국 시장에서나 통하지 유럽이나 남미 시장은 통하지 않는다. 남녀노소에게 먹히는 장르가 댄스다. 2006~2015년까지 걸그룹의 465곡 중 댄스곡이 383곡이었다. 최초의 밴드음악으로 승부를 보았던 AOA도 결국 댄스그룹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13. 걸그룹과 보이그룹 차이 : 아이덴티티 경제학
미국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는 2010년 ‘정체성(identity)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사람의 경제 활동에는 인종이나 성, 직업, 가치관 등의 정체성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들의 수입 랭킹 1위에서 4위까지가 남자 선수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5위다. 2007년 분명 슈퍼주니어의 ‘돈 돈’보다는 원더걸스의 ‘Tell me’가 더 히트했고 카라는 인피니트나 슈퍼주니어가 해내지 못한 일본 오리콘 차트 외국인 음반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2016년의 언급량 데이터를 보자면 1위는 소녀시대지만 2위9위까지는 모두 보이그룹이다.
이는 팬덤의 차이다. 아이돌 출신 남녀 최고 개런티를 받는 김준수는 1회당 3,0004,000만원, 옥주현은 9001,200만원을 받는다. 이 개런티 차이에 대해 관계자는 남자 아이돌은 공연 홍보를 할 필요없이 팬들이 알아서 객석을 찾아와 메워준다는 것이다.